“하루에 단어 몇 개 외우는 게 좋아요?”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. 그리고 저는 늘 조금 김빠지는 대답을 합니다. “사람마다 달라요.” 하지만 이건 회피가 아니라 진짜 핵심입니다. 옆자리 친구가 하루 50개를 소화한다고 나도 50개를 밀어붙이면, 대개 며칠 못 가 지쳐서 아예 손을 놓게 됩니다.
단어 암기에서 착각하기 쉬운 게 “하루에 많이 = 빨리 끝남”이라는 생각입니다. 하지만 하루에 50개를 외우고 다음 날 40개를 까먹으면, 실제로 남는 건 10개입니다. 반대로 하루 15개를 외우고 12개가 남는다면, 속도는 느려 보여도 결과는 오히려 낫습니다.
제가 지켜본 바로는, 처음부터 많은 양을 목표로 잡은 학생일수록 중간에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. 첫 사흘은 의욕으로 버티다가, 밀린 복습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 “오늘은 그냥 쉬자”가 되고, 그게 며칠 이어지면 그대로 끝입니다. 반대로 처음엔 적어 보여도 매일 꾸준히 하는 학생이 한 달 뒤엔 훨씬 앞서 있었습니다.
여기서 놓치기 쉬운 함정이 있습니다. “하루 단어량”을 새로 외우는 단어로만 계산하는 것입니다. 실제로는 새 단어 + 복습 단어가 그날의 총량입니다. 오늘 새 단어 20개를 외운다면, 며칠 뒤엔 그 20개가 복습으로 돌아오고, 그 위에 또 새 단어가 쌓입니다.
그래서 저는 이렇게 권합니다. 하루 학습 시간을 정하고, 그 안에서 복습을 먼저 끝낸 다음 남는 여력으로 새 단어를 넣으세요. 복습이 밀리기 시작하면 새 단어 수를 잠깐 줄여도 됩니다. 새로 쌓는 것보다 이미 쌓은 걸 지키는 게 우선입니다.
정답을 남이 정해줄 수는 없으니, 일주일만 직접 실험해 보세요. 방법은 간단합니다.
이렇게 하면 “느낌”이 아니라 “내 정답률”을 기준으로 적정량을 잡을 수 있습니다. 제가 이 방법으로 학생들과 각자의 숫자를 찾아갔는데, 흥미롭게도 대부분 하루 15~25개 사이에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.
단어 암기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입니다. 하루 50개를 사흘 하고 지쳐서 일주일을 쉬는 것보다, 하루 15개를 한 달 내내 하는 게 훨씬 많은 단어를 남깁니다. 숫자 자체보다 내가 매일 지속할 수 있는 양인지가 더 중요합니다.
그러니 지금 목표가 부담스럽다면, 죄책감 없이 줄이세요. 줄여서 꾸준히 하는 게, 많이 잡고 자주 쉬는 것보다 언제나 낫습니다.